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柳致環, 1908년 8월 10일 - 1967년 2월 13일)은 일제 강점기의 시인이며 호는 청마(靑馬)이다. 유년기 경상남도 통영군으로 옮겨 가 그곳에서 성장하였다. 그의 작품 <행복>의 첫 구절은 그가 사랑했던 시조시인 이영도와 주고받은 서간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문서, 유치환. 2021년 1월 6일.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柳致環, 1908년 8월 10일 - 1967년 2월 13일)은 일제 강점기의 시인이며 호는 청마(靑馬)이다. 유년기 경상남도 통영군으로 옮겨 가 그곳에서 성장하였다. 그의 작품 <행복>의 첫 구절은 그가 사랑했던 시조시인 이영도와 주고받은 서간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문서, 유치환. 2021년 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