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조지훈 시인, <승무>

한국어문화원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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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趙芝薰, 1920년 12월 3일 ~ 1968년 5월 17일)은 경상북도 영양군 출신의 일제강점기 한국학 연구가이자 시인이다.


사진출처: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nNewsNumb=202006100030 월간조선, <藝家를 찾아서, 탄생 100주년 ‘승무’ ‘낙화’의 시인 조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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