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김춘수 시인, <꽃>

한국어문화원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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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金春洙, 1922년 11월 25일 ~ 2004년 11월 29일)는 경상남도 통영 출생의 시인으로 21세기 한국 문단을 이끌었던 시인 중 하나이다. 1960년대 경북대학교 문리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사진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418718 중앙일보, <삶과 추억, 고 김춘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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