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유치환 시인, <행복>

한국어문화원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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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柳致環, 1908년 8월 10일 - 1967년 2월 13일)은 일제 강점기시인이며 호는 청마(靑馬)이다. 유년기 경상남도 통영군으로 옮겨 가 그곳에서 성장하였다. 그의 작품 <행복>의 첫 구절은 그가 사랑했던 시조시인 이영도와 주고받은 서간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문서, 유치환. 2021년 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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